(퍼옴)지뚫고 하이킥갤에서 퍼온 글 입니다 완전 공감가는 글이라 이렇게 올립니다
제목 : 지훈의 세경을 이루고자 세경의준혁과지훈의정음을 죽여저린 멋진김PD
자각이라..
떠나는 세경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자신의 사랑을 깨닫는 지훈이라..
저는 그 입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세 지지자였습니다.)
지훈이 세경을 사랑했을 수 있지요.
그러나 지훈이 세경을 동정했을 가능성은 더더욱 큽니다.
그동안 이 엉킨 실타래같던 러브라인들로 시간을 끌던 당시,
지훈이 정음과 가까워지는 시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도,
그 둘이 만나는 동안 매우 알콩달콩 했어도 그런 것들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정음을 곁에 두고도 소위 '개자식'이라 욕먹을만큼
지훈은 충분히 세경을 아끼고 챙겨주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작가와 감독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군요.
더불어 이 결말에 만족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저를 포함한 다수의 시청자들을
지세의 사랑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시청자 분들도 말입니다.
지속적으로 지킥을 봤다면,
아무리 발버둥을 쳤어도 125회 준세의 키스로
99%의 지세분들도 지세의 단절을 인정했을 겁니다.
저는 지훈을 포기하던 시점이 미술관 에피에서였습니다.
미술관 에피에서 '마지막 휴양지'를 함께 보던 지세의 모습이 주는
영상미와 애틋함은 보는 저도 흐뭇하게 만들었지요.
그러나 그날, 지세에 대한 모든 희망을 접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지훈은 세경과 정음을 두고, 누구를 먼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지정이 사귀기 이전까지는 준혁을 교묘히 이용했고,
사귄 이후에는 세경과 정음을 두고 지훈이 누군가에게 더 잘해줘야할
특수한 상황을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정음에게 한없이 자상하고 멋진 남친 지훈은
세경의 키다리아저씨 노릇도 관둘 필요가 없었지요.
제작진의 노림수대로 지정과 지세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바램을 지속할 수 있었죠.
그러나 누구나 기억하지만, 뒷전으로 미뤄둔 그날의 지훈의 행동..
세경을 두고, 정음에게 달려가는 지훈에게서
세경을 마음에 걸려하는 어떤 행동도 볼 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정음과 세경 중 누굴 택할래? 라는 선택에서
지훈은 너무도 깔끔하게 정음을 선택했던 겁니다.
선택할 필요가 없을 때는 누구나 사랑하고 아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 오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내게 더 필요한 사람, 내가 더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찾게 되죠.
그 사람이 정음이었단 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중에 감독의 의도는 지훈의 세경일까, 세경의 준혁일까? 제목으로 이미 이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지훈은
세경에게는 그녀의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배려해 왔습니다.
반면 정음에게는 정음을 위한 최선의 배려를 했었죠.
세경에게는 스스로 설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길 바랬던 지훈.
그런 지훈이 정음에게 바란 것은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현재였습니다.
그래서 지세를 사랑했던 저는 지정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훈을 변화시키는 건
늘 세경이 아닌 정음이었습니다.
세경이 아닌 정음이 지훈을 변화시키고 성장시킨 거죠.
그럼 누구의 사랑이 진짜일까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세경을 사랑하는 걸 스스로 부인했다고 하시는 입장에도
현실을 근거삼아 반박을 해볼까요?
부잣집 의사아들의 지위는 세경과 정음 모두에게 너무 높은 벽이지요.
정음이 부잣집 딸이었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지훈의 현실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사람입니다.
또한 정음이 가난해진 현재를 돌아보면, 더더욱 심해지죠.
식모인 세경과 대학생인 정음이 어떻게 같느냐고 말하실 테지만..
독하게 말하자면, 양반에게 평민과 노비가 다를 건 뭔가요?
어차피 자신과는 다른 세계인 것을요.
그 후의 지훈은 선택은 어땠나요?
정음에게 프로포즈할 반지를 사고 그녀를 찾아가겠다 연락을 하죠.
그는 신분의 벽에 갇힌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말해, 적어도 그가 세경을 사랑이 아니었다고 스스로의 벽에 갇힌 이유가
신분이라는 현실적인 장애물 때문이라는 말은 말이 안된다는 소리입니다.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멀어진 건 세경 스스로였다고 할 수 있겠죠.
정음도 마찬가지겠구요.
그리고 마지막회 사고가 났음을 알려주던 방송과
정음-준혁의 대화가 끝날때까지도..
제작진이 그렇게 사랑하는 지세의 느낌은
여전히 세경의 미련 뿐이었습니다.
지훈이 세경에게 먼저 전화를 하지요.
그러나 세경은 이미 집을 나선 후였습니다.
자... 그럼 왜 지훈은 그 순간 세경을 향해 공항으로 나서지 않은 걸까요?
어째서 정음에게 줄 프로포즈 반지를 사러 나갔고, 정음에게 갈 생각을 했을까요?
그가 그녀를 사랑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우겨보자면,
고작해야 정음과 헤어진 지난 1주일 에피뿐이지요.
그때 자각했어도 이미 뒤늦은 자각이었습니다.
그것들이 자신의 진짜 사랑을 가늠하게 해주는 것들이었다면,
그가 아무리 냉정해도 세경에게 달려가는 감정의 폭발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조차 없었지요.
되려 감정의 폭발은 준혁에게서 발견되었습니다.
떠나는 세경에게 고백하고, 용기를 내 데이트를 신청하고,
눈물의 키스를 감행할만큼.. 조금은 부족한 연기였어도 눈물이 날만큼 말이죠.
그리고 그에 동하기 시작한 것은
시청자 뿐만이 아니라 세경도 마찬가지였지요.
담담하게 지훈을 대하기 시작하는 세경이
눈물로 대하게 된 준혁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마저도 설명할 수 없으면서,
준혁 앞에서 세경이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키스를 받아주게 한 건..
시청률을 노리고, 준세지지자들을 달래고, 반전을 위해 희생시킨 거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적어도 여전히 지훈을 좋아했다면,
준혁의 포옹은 몰라도 키스는 받아줘선 안됐지요.
미안함에, 고마움에.. 키스를 받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고,
그런 사람 중에 세경은 포함될 것 같지 않은 캐릭터임에 분명하니까요.
지훈보다 늦게 사랑을 느꼈던 정음이
헤어짐 후에 많이도 아파해야 했던 이유도..
지훈이 정음에게 준 헌신적인 사랑과 진심이었기 때문이라는 점도..
제작진은 조금도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일 테지만요.
너무나 안타까운 것은..
세경의 준혁과 지훈의 정음이 주는 세심한 감정선이 폭포처럼 순리라면,
지훈과 세경은 억지로 쏘아올리는 분수같다는 것입니다.
지훈과 세경의 사랑을 그리 아꼈다면,
적어도 지훈과 세경의 감정선을 그런 식으로 정음과 준혁에게 집중해선 안됐지요.
세경은 키스 외에는 그나마 지훈에게 향하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묘사해 왔기에,
여전히 지훈에게 미련이 남아있음을 보여주기라도 했지만..
지훈의 감정선은 이미 정음을 위해서만 지나치게 흘러왔기 때문에,
뒤늦은 사랑의 자각이라기에는 다소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반전은 모든 것이 설명될 때에만 인정을 받지요.
디테일한 대사, 행동, 표정에서마저도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설명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지킥의 반전은 지세만을 위한, 지세에 의한, 지세의 반전일 뿐..
세경의 준혁과 지훈의 정음을 죽여버리면서, 모든 것을 망치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반전을 설명하는 모든 것들은 지훈과 세경만을 두고 설명할 때 가능할 뿐,
준혁과 정음을 포함한 스토리 속에서는 전혀 말이 안되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세경을 사랑한 것이 뒤늦은 자각이었다면,
그가 죽지 않고 살았다고 가정했을 때 그가 세경을 택한 후,
또다시 정음에 대한 사랑을 자각하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가 죽어야만 그 자각이 착각일 수도 있다는 또다른 반전을 차단할 수 있었기에,
그와 그녀를 죽여야 했는지도 모르지요.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절절한 사랑을 위한 멈춰진 시간은..
세경도, 지훈도 아닌 자신만의 환상같습니다.
그 시간에 멈춰지지 않았다면, 그들은 각자의 길로 갔을 겁니다.
세경은 준혁에게로... 지훈은 정음에게로 말입니다.
세경과 지훈에게 준혁과 정음은 그들을 변화시키고 숨쉬게 해준 상대였음을 깨닫고,
서로에게 향했던 미련과 그리움은 예쁜 추억으로 남긴 채 말입니다.
아니면 네사람이 모두 다른 길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겠지요.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성장하지요.
세경의 말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사랑을 하지 않아도 성장합니다.
살아있다면 말입니다.
세상이 내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한편으론 소소한 행복을 하나둘씩 만끽하면서 말입니다.
인생이 멀리서 보면 희극일 수 있는 이유는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세경이 지훈의 사랑을 얻었다한들,
그녀가 행복하게 자기 삶의 엔딩을 맞이했을까요?
오직 지훈과 함께였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그럴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우리들 뿐 아니라, 시트콤 속의 세경의 행복을 사랑에만 규정짓고 국한시킨 것을요.
시청률의 늪에 빠져,
러브라인을 오락가락 만드느라
정작 본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지세라인의 정당성과 개연성은 모두 망친 채,
반전이라는 마지막 코드를 버리지 못해 망쳐버린 시트콤..
그래도 거킥 때는 준이라는 매개체가 있었고,
떠난 신지의 빈자리에 눈물 흘리며 흔들리던 민용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도 한참을 민정을 그리워하고,
그런 그를 이해해주고 기다려주는 신지가 있었기에..
비록 사고라는 드라마적 요소로 그들을 재회하게 했어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제가 감정이 메마른 건지..
중요한 것은 저는 이런 씁쓸하고 찝찝한 느낌의 엔딩이 내키지 않고,
김PD의 생각과 완전히 대치되는 사람인지라..
앞으로는 이분의 시트콤은 보지 않으렵니다.
찝찝함에 자다가 악몽마저 꿨으니, 다신 그런 경험은 하기 싫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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